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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업정책연구원 이순철 부원장 “협동조합이 4차 산업의 일자리 대안이다”
한국창업정책연구원 이순철 부원장 “협동조합이 4차 산업의 일자리 대안이다”
  • 우경선 기자
  • 승인 2018.08.08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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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업정책연구원은 7일 이순철 부원장의 발표문을 통해 ‘협동조합이 4차 산업의 일자리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발표문 전문>
지금 세계는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자본주의의 기여로 3차 산업혁명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의 발전은 공룡 같은 대기업에게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부추겼고 마침내 그 경쟁은 기술포화 상태의 마지막 끝을 향해 나가고 있다.

케인즈는 2030년이면 인류의 50%가 실업자가 될 것으로 예언했다. 그 예상은 점점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발생되고 있는 이러한 엄청난 실업과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자본주의 전도사인 다보스포럼과 유엔은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거대 자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경제적 약자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들과 대등하게 공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적 약자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상생과 공유를 바탕으로, 다수의 참여자가 공동의 목표인 협동조합기업을 조직해서 시장경쟁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2008년 캐나다의 퀘벡정부 조사에 따르면 조합기업의 5년 이후 생존율은 62%, 10년 뒤에도 44.3%에 이르는 반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들은 5년 뒤 35%, 10년 뒤는19.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업, 산림, 주택, 통신, 사회서비스, 음식/숙박, 학교(서점 카페), 교통 등 8개 업종에서 조합기업의 생존율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스페인은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로 기업 중 26%가 파산하고 고용률은 20%나 하락했다. 그러나 조합기업인 몬드라곤은 약 1만 4천938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며 위기에 몰린 스페인을 구한다. 그리고 이 금융위기에 미국과 유럽의 상업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했으나 전 세계 조합기업은행들은 단 한 곳도 파산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구가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네덜란드의 조합은행인 라보뱅크(Rabobank)는 당시에 19%나 순이익이 급증했다.

왜 조합기업들은 세계적인 위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구가한 것인가?

그 비밀은 그들이 단기적 이윤 추구에 중점을 두지 않고 오직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을 목표로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했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조합원을 위한 최상의 상품에만 집중하면서 마케팅 비용도 절감하고, 조합원들의 충성도를 높여서 영업증가를 이루었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은 이와 달리 큰 수익 사업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려다 실패를 한 것이다.

이렇듯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패배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소설과 같이 거북이가 토끼를 추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금융위기 전까지는 대부분 승자독식의 신자유주를 매우 신봉했다. 그래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겼다. 회사에 대한 지배권도 경영 주주에게 주면 이윤 극대화가 가능해 시장참여자 모두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수혜자인 1% 독점 자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2, 3세가 가장 큰 수혜자) 기업을 마치 자신들의 개인회사로 착각한 듯 대주주일가의 수익성만을 추구해 왔다. 더구나 법적으로 형식상 소유주일 뿐인 경영주주가 기업의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하청업체, 채권자, 그리고 다른 주주(우리는 국민연금)에게는 상충되는 권리를 주장하며, 미래 사회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마저도 훼손하고 있다.

그래서 다보스포럼과 유엔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런 독점적인 신자유주에게 몰락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만 10년 동안 가장 신자유주의다운 낙숫물 경제론으로 이 선언에 대해 역주행을 했다. 그러나 그 후폭풍은 너무나 커서 우리사회를 송두리째 갈라놓고 있다. 10년간 이어진 최고의 자살률 속에 젊은이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7포세대”가 되었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벼랑 끝을 걷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보스포럼과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과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기울어진 시장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참여자 모두가 대등한 거래를 할 수 있고, 이런 시장회복을 통해서 시장참여자 모두가 보다나은 소득을 나눌 수가 있게 된다.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산업이 핵심을 구성하게 된다. 여기에는 백과사전과 언어관련 오픈 소스가 매우 중요한 인프라를 담당하게 된다.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 인프라 구축은 지금까지 위키피디아처럼 불특정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재능을 기부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비영리 사이트를 목초지에 빗대어 “디지털 공유지”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위키피디아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수백조원을 넘어서고 있어서 일반시민도 협업하면 이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더구나 우리는 한국어 기반 디지털 공유지가 너무나 빈약해서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하려면 위키피디아처럼 시민과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은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해서 정부와 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다. 이런 영역에서 시민과 사회적 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기회를 계기로 디지털 시장에서 모든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항상 침묵하는 다수의 시장참여자를 무시하고 자본가와 대기업에게만 독점적인 혜택을 부여해 왔다. 그러므로 경제적 약자가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길은 오직 협동조합을 통해서 다양한 디지털공유지를 만들며 공유경제라는 더 큰 가치로 힘을 모아 자본가와 대기업에게 공생할 것을 유도해야만 상생이 가능하게 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커뮤니티가 경제 환경을 리드하며, 축척된 정보의 공유는 가장 효과적으로 공공의 부를 증대 시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인 시민이 협동조합으로 공유경제를 이룰 경우, 시장경제 뿐 만 아니라 불공정에도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되며, 공공의 부를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도 작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나눔과 배려를 통한 상생으로 공유경제를 이루는 ‘협동조합’ 이야말로 공유경제를 필요로 하는 4차 산업시대에 가장합리적인 일자리 대안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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