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3:35 (금)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 민재식 기자
  • 승인 2018.11.02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종래 대법원 판례 변경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지난 1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종래 판례에 따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종래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이 사건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3년 7월 18일경 2013년 9월 24일까지 육군 39사단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 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본문에서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 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 서 ‘현역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

피고는 1심에서는 징역 1년 6월을 받고 항소심에서는 항소가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 제19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 한 국제규약 제18조에서 정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에 대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을 규정한 조항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정당 한 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는 의무이며,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유지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보호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수와 현실적 으로 그들을 병력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도 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병역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체계, 병역의무의 감당능력에 관련된 규정들 의 성격에 비추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특정한 입영기 일에 입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즉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된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 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고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하고,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만 외부적 자유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음. 이러한 법리는 유지되어야 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비록 소극적 부작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음. 이러한 제한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거 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병역의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처불규정에 기한 형사처벌 등 제재가 갖는 규범적 타당성에 비추어 볼 때, 다수의견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마치 위헌, 위법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의견이다.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보이므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 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고 위와 같은 법리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확인된 법리는 유지되는 것이 옳고, 기존 법리를 변경하여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도 없음. 다수의견의 견해는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성 취지로 '다수의견은 양심의 자유에 관한 종전 판례 법리를 토대로 하면서 새로운 여러 사정을 들어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했던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보충의견이 있었다. 또한 '자유권규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되며,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는 국가질서 형성의 기본이 되는 헌법상 중요 원리다'라고 하는 제2보충의견이 있었다.

반대 취지의 보충의견으로 '다수의견은 종래 인정되어 오던 양심의 범위를 더욱 좁혀서 양심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특정 종파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범위를 근거 없이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더욱 억제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제2보충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 등 유럽의 나라들이 있는데,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인명이 살상된 참상을 경험하고 침략전쟁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것인 반면 우리나라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고 오히려 여러 차례 외세의 침략 으로 큰 고통을 받았음. 이런 참혹한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기 위 해 우리 헌법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신성한 사명으로 규정하고,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의 기본 의무로 규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를 포함하여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일체의 예외를 헌법에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직결되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헌 법제정권자의 결단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